집에오는 길에 모든 것들이 외롭고 슬퍼보인다. 유행가 가사처럼 고속도로에 펼쳐진 가로등 마저도 웬지 모르게 측은해뵌다. 가을중에서도 이렇게 묘하게 애틋하고 저린 가을은 없을듯 하다. 내겐 유난히 서먹한 가을이다.

지금 당장 해보고싶은 것이 있다.

30 days of night에 나오는(40 days & 40 nights 가 아님 이건 코믹물이잖아) 백야가 6개월 지속되는 지방에 딱 한달만 살다오고 싶다. 화롯불이나 벽난로가 있고 양탄자와 푹신한 소파가 있으며, 벽에 LCD나 혹은 프로젝터로 빔을 쏠수 있는 장비가 거실에 있는 조그마한 보금자리하나를 구하고싶다. 그곳에서 한달동안 50편의 영화를 보고 50권의 책을 읽고 지내고 싶다. 개 한마리가 있으면 더욱 좋겠지만, 없어도 그만. 밖은 밤낮이 없기에 그저 시간되면 일어나서 커피한잔과 베이컨오믈렛에 영화한편 보고 누워쉬다가 책도 좀 읽고, 또 식사를 하고 담배한대 피고 영화를 한편 더보고 또 쉬고. 굉장히 여유로운 곳에서 굉장히 여유로운 정신으로 많은 사색과 꺼리들을 갖고 여러가지 구상을 해보고 싶다. 하지만 장소는 꼭 백야가 펼쳐진 알래스카라야 할 것 같다. 어떤 이유도 없다. 단지 낮이 아니라 밤이 지속되어야 될 것 같다. 아드레날린보다 옥시토닌보다 대뇌피질의 백지상태를 원한다. 그냥 아무도 없는 그곳에 박혀서 한달간 이 생활을 해보고 싶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냥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을 맞고 싶은 것일까. 50편의 영화와 50권의 책을 읽으며, 나를 열정적으로 만들만한 새로운 목표를 갖고 싶다. 새로운 것들과 보기만 해도 열정을 쏟고싶은 거리들은 이 세상에 충분히 많다고 생각한다. 단지 내가 발견하기 힘들었을 뿐이고,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넓을 뿐이다.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모든것을 정리하고 내 라이프스타일을 다시 정리하고 싶다.

나의 이런 무모하고 어이없는 거사를 함에 있어서, 같이하고 싶은 이가 한명 있다. 영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 순간 같이 곁에 있었으면 하는 사람이 그 사람이었으면 할 뿐이다.

현실은 현실이지만, 언젠간 이 기회가 꼭 오리라 믿는다. 그 기회가 부디 오랜후가 아니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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